나무의 결을 따라 나비 잠을 깨운다
닫힌 공간 속에는 더 많은 나비가 잠들어 있다
자주 열리지 않는 문
열쇠는 선반 위에 두지 않는다
접혀 있는 옷들 사이사이 스민 기억의 파장
오랜 버팀이 쌓여 있는 곳
더 깊은 방 옻칠 속에 갇힌 보석의 신비
억압은 서투른 힘이다
쌍용이 달을 희롱하는 몽상의 밤
달빛이 겹겹의 문을 연다
바람이 습향을 거풍한다
사물과 사물의 말 없는 소통
열고 닫힘은 생동하게 하는 힘
내밀한 공간 안에 잠들어 있던 장중한 서사들
정겨운 말들이 실눈을 뜨며 술렁거린다
벌레들도 구석의 작은 살롱을 열고 소란스럽다
소리를 읽어내며 공간을 확장해가는 나비
달 걸린 자작나무 끝으로 날아오른다
푸른 숲 실루엣을 입고
- 김혜천, 시 '나비장'
나비의 양 날개가 닫힌 문에 팔랑, 보이는 장.
누군가의 손때가 곱게 묻어 있는, 그래서 그 숨결마저 고귀해 보이는 장.
정겨운 사연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장이 오늘은 주인을 잃고 홀로 닫혀 있습니다.
입을 다문 채 기억을 잃은 듯한 주름진 얼굴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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