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온기
바위가 온몸으로 그늘을 받아들이고 있다
나뭇잎 그늘 꽃그늘 사람 그늘
미동도 않고 되새김질하고 있다
한평생 그늘을 받아먹으며
단단해지는 바위에 나도 드러눕는다
내 얇은 그늘도 한 입 먹어줘
한참을 그렇게 누웠는데
새 한 마리가 내 몸에 그림자를 살풋, 떨어뜨리고 가는 게 아닌가
꽃잎이 바람이 나뭇가지가
내 몸에 떨어질 때마다
내 가슴이 따듯하게 데워지는 게 아닌가
그늘에 온기라니
바위는 이 그늘의 온기로
제 옆구리에 이끼를 키웠으리
- 지연, 시 '그늘의 온기' 부분 -
그늘은, 사람이나 사물이 품고 있는 넓이입니다.
그것은 온기가 되어 주변을 너그럽게 끌어안습니다.
그늘이 넓은 이의 곁에 머물고 계신지요.
내가 그런 그늘을 다른 이에게 드리워도 좋겠습니다.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안경을 써라 (0) | 2015.09.25 |
---|---|
누리장나무 (0) | 2015.09.23 |
다른 듯 닮은 듯 (0) | 2015.09.22 |
엄마, 대단해요 (0) | 2015.09.19 |
아프지 마라, 이 가을에는 (0) | 2015.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