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86

자연-관계성 시리즈

자연-관계성 시리즈 김춘옥(金春玉, Kim Chun Ok), 자연-관계성 시리즈, 한지와 색지위에 채색 김춘옥 작가는 우리의 그림 한국화의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발전을 추구하여 온 대표적인 작가이다. 작가는 겹겹으로 배접한 한지를 뜯고, 때론 걷어내면서 동양 회화의 영원한 빛깔 먹물과 물감을 드리운다. 세상에 눈비가 내리듯 스며든 먹빛 흥건한 한지를 뜯어낼 때마다 드러나는 먹빛의 번짐과 변화의 그림자가 자연스러운 층을 이루며 신성한 풀잎이 돋아나고 겹겹의 꽃잎이 피어나며 자연에 깃든 생명의 숨결이 그려진다. 작가의 작업을 이루는 중심적인 기법은 뜯어내거나 찢거나 해체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연성의 효과를 예술적 감성으로 승화시킨 현대적 기법 데콜라주(Décollage)이다. 이는 회화의 조형적 형상..

좋은 친구 만들기

좋은 친구 만들기 나쁜 친구 사귀지 말며 지혜롭고 착한 사람으로 백년지기 삼아 이웃 잘못 들추기보다는 맑고 아름다운 눈으로 예쁘게 바라보고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상처 주지 않도록 조심하여 곱고 바른말을 사용해야 먼저 베풀기를 바라지 말며 아옹다옹 부끄러운 지난날 서운한 감정을 돌이켜 너그러이 보듬어 참지 못하고 해코지하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고 세상 권력에 기대는 것도 도리어 실망할 수 있으니 나를 다스려 옳은 길 가야 해 - 정채균 님

키오스크

키오스크 오세요 아버지, 늙은 간이역에서 머뭇거리지 마시고 한가해야 사람 살 맛 난다 말하지 마시고 오세요 아버지, 차표 끊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말하지 마시고 세상 살기 자꾸 힘들어지는구나 말하지 마시고 오세요 아버지, 기름진 큰 밭 자리 처분하시고 빚만 늘리는 천덕꾸러기 농기구들 집어던지고 오세요 아버지, 겨울 짧고 어둠 없는 이곳 봄이 가도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지지 않는 이곳 오세요 아버지, 언제든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이곳 누구도 고향이라 말하지 않는 이곳 와요 아버지, 속력과 폭력이 앞 다투는 이곳으로 - 배세복, 시 `키오스크' 터치스크린에서 주문하고 계산합니다. 사람과의 대화는 없고 기계와 눈을 맞추고 손가락으로 대화를 합니다. 걱정할 것 없다고, 간단하다고 말하지만 어려움을 말하..

소망하는 봄날

소망하는 봄날 지난달보다 느낌이 다른 온화한 4월이다. 봄은 저절로 흥겨움이 가득 차서 소식이 없는 사람에게 싱그러운 바람 한 줌 보내주는 일 아깝지 않은 그리움의 선물이다. 봄에는 천 번의 생각으로 정성을 들여야 아담한 사랑이 내게로 온다고 했다. 아름다운 풍경의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배신이다, 그러므로 풋풋한 향기를 욕심내는 일도 봄꽃 품으로 숨어들어야 성취가 된다. 환하게 핀 참꽃 웃음처럼 기쁨을 소망하는 봄날의 진실은 오랜 세월을 경험한 삶의 보람이다. - 박종영 님

마늘

마늘 전병현(田炳鉉, Chon Byung Hyun), 한지와 백회의 부조 전병현 작가는 '한지부조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멀쩡한 한지를 찢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인데 먼저 두꺼운 한지를 틀에 붙이거나 바닥에 깔고 그림을 그린다. 그 위에 다른 한지를 붙이는 ‘배접’을 하면 하얀 면이 또 드러나는데 그러면 다시 그림을 그린다. 이 단계가 보통 6번이다. 이렇게 겹쳐 붙인 한지가 완전히 마르면 그때 찢어내기 시작한다. 원하는 색이 속살처럼 올라올 때까지, 6겹으로 그린 그림이 형태를 갖출 때까지. 전병현 작가는 “막무가내로 찢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두툼하게 배접한 한지를 손가락으로 ‘예쁘게’ 찢는다. 철저히 의도한 찢음이다. 속에 뭐가 있을까 찾아내듯이. 찢으면서 원초적인 색을 찾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