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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정원을 짓는 나무들

녹색 정원을 짓는 나무들한겨울 어두운 마음 안에풋살 같은 눈발이 희끗거리고산등성이 억새풀 늙은 꽃이고개 숙여 슬픔이다.솜털같이 무모하게 물기 머금고뛰어내리는 칙칙한 눈발,바람 진 동백숲의 고요도겨운 참에 안달이다.차가운 바람으로 흔들리는 겨울 산산빛 노을 한 줌으로 속삭이는 은밀한 숲,잠자는 나무 흔들어 언 뿌리 일깨우는동그란 나이테, 새로운 봄을 귀띔한다.산굽이 매몰찬 냉기를 이겨내며우리들의 봄날을 예비하는 나무들,무릇 겸허하게 선보일녹색정원을 짓느라 분주하다.- 박종영 님

수도꼭지

수도꼭지   침묵은 부패하기 쉬운 질료다. 밀폐된 방안에 너무 오래 괴어 있으면 쉽게 상한다.오랜 세월 홀로 살아온 노모는 눅눅하고 퀴퀴한 침묵을 체질적으로 견디지 못한다.그래서 늘 물방울이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헐겁게 잠가 놓는다. 똑똑똑똑···.반향을 남기며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 소리는 결코 소음이 아니다.노모가 식성에 맞게 침묵에 가미하는 일종의 향신료다. - 정희승, 수필 ‘수도꼭지’  물론 떨어진 물방울은 모아서 다시 쓸 테지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마치 침묵에 가미하는 향신료 같다는 생각이 신선합니다. 너무 고요해서, 적막해서 우리는 홀로 중얼거리거나 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마침표처럼 꼭 잠근 문장보다는 말줄임표의 흘리는 의미 같은 소리,그런 배음에 안심하는 때도 있습니다.

새해맞이

새해맞이    새해가 열린 맑고 밝은 아침먼저 하루 평안을 기원하며이웃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기쁨의 향기 전하고 싶습니다 힘겨운 인생길에서따돌림받는 외로운 자들을내 가족같이 보듬어서위로의 손길 베풀고 싶습니다 메마른 세상에서 소망을 품고내일의 무지개 피워올리면미운 정, 고운 정 어우러져하늘에 축복이 넘칠 것입니다 - 정채균 님

적요를 걷다

적요를 걷다바람의 볼륨을 높이는 순간파르르 꽃잎 흔들리고흔들린 폭만큼 지구가 기우네바람에 길들인 바람은꽃의 눈물을 알지 못하고무게를 얹고도 무게가 없는꽃은 말을 잃은 지 오래그림자 부풀린 바람이 다녀가고붉은 피를 쏟으며 으스스 지는꽃잎 쓸쓸히우주의 무늬를 따라가네바람의 패총을 확인하는길 위에서의 저물녘한 때의 전성기가 후드득 지고 있네- 유진, 시 '적요를 걷다'2024년이 지고 있습니다.바람 불어, 꽃이 지기도 했지만나름 기쁜 일도 있었습니다.감사와 기원을 동시에 품는 저물녘입니다.올해도 수고하셨습니다.고맙습니다.

생각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당신이 만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면당신은 무엇을 위한 인간이란 말인가.- 콜리지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다만 그 생각이 터무니 없는 행동으로 나온다면생각이 없는 사람이겠지요.아플 때 함께 아파할 줄 알고슬플 때 같이 슬퍼할 줄 아는 사람.할 때와 가려야 할 때를 가려행동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방향을 잃은 너에게

방향을 잃은 너에게누구나 가끔 방향을 잃는다.유독 스무 살만 그런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중장년층도 살아가며 때로는 방향을 잃고 정처없이방황할 때가 있다. 사람이라면 다 마찬가지다.그때 나를 잡아주는 것은 강력한 정신력이다.다른 말로 자존감이라고도 한다.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쉽게 흔들린다.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멘탈이 안정적이다.- 사색의향기 박석현 운영위원 저서 중에서이 시대의 스무 살을 위해 아버지가 건네는인생의 나침반과 같은 이야기를 직접 책으로 썼습니다.청춘을 위한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새는

새는엇박자 날갯짓이 유리 벽에 부딪혀 파닥거렸다갇힌 순간바람과 공기의 흐름을 잃은 새는계단을 흐르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조차 감지하지 못했다쨱짹,금세 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데새는 생각을 찢을 수 없다옥상 문을 열고 빗자루를 들어 새를 몰았다뿔 없는 작은 짐승이 몸을 돌려 포효하듯빛을 향해 날아갔다- 이화영, 시 '새는'제약을 받으면우리의 생각에 갇혀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그곳을 안간힘으로 벗어나면비로소 우리의 위치가 보이고해야 할 것들이 생각납니다.갇힌 새가 풀려나 자유롭게 날아가듯우리가 만든 제약에서 스스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