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43

두부 예찬

두부 예찬 무덤덤하고 덤덤한 두부가 세 살부터 여든까지, 부자나 가난한 자나 가리지 않는 음식이 된 것은 별스럽게 튀는 맛이 없어서일 것이다. 내세울 게 없기에 군림하는 대신 겸허하게 순응하고, 껍질이 벗겨지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가혹한 단근질을 견뎌냈기에 무른 듯 단단할 수 있을 것이다. - 최민자, 수필 '두부 예찬' 소리 없이 배려하고 칭찬이나 보상에도 무심한 듯 보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튀어서 빛나려는 이들을 묵묵히 지켜보는 이들. 이런 이들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혜안을 가진 사람입니다.

한 번은 누구나 겪는 횟수

한 번은 누구나 겪는 횟수 한 번의 실패와 영원한 실패를 혼동하지 마라. - F.스콧 핏제랄드 그렇지요. 한 번은 누구나 겪는 횟수에 불과합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의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욱 단단해지고 굳은살이 생기는 것. 마음의 굳은살은 여러 번의 상처를 견뎌낸 후에야 생깁니다. 단 한 번으로 좌절하기보다는 다시 털고 일어나는 겁니다.

물(Water)

물(Water) 물처럼 길을 잘 찾아가는 존재는 없을 것 같다 한 방울의 물이 땅에 떨어져 곧 사라 질 것 같지만 그 물은 다른 물방울들을 만나고 만나 친구가 되어 작은 물줄기로 기다리거나 느리게 흐르며 온갖 동식물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고 난 후 다른 물줄기를 만나 좀 빠르게 더 다른 여러 물줄기들을 만나 작은 물줄기 홀로 만들지 못한 길을 만들어 가며 흐르는 것 같다 길을 찾지 못해 흐르지 못한 물들은 하늘에 구름이 되어 떠돌다 그들이 가고 싶은 곳 어디에든지 비나 눈이 되어 내리는 것 같다 - 백원순 님

끈끈이대나물꽃

끈끈이대나물꽃 끈끈이 대나물 : 석죽과의한두해살이풀로 유럽이 원산지다. 꽃은 6~8월에 분홍색 꽃이 핀다. 줄기에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줄기 밑부분에서 끈끈한 진액이 나온다. ​ 끈끈이대나물 ​고향집 마당가로 진분홍 꽃물결 유월의 쨍한 햇살 아래 고요히 설레고 있다 어머니 생전에 이웃집에서 씨 동냥하여 뿌려놓으신 끈끈이대나물 꽃 해마다 어김없이 꽃은 피는데 그리운 어머니 어딜가셨나​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안경을 벗지 말고

안경을 벗지 말고 모든 것이 검게 보이는 세상 도회의 길거리엔 희미한 회색빛으로 바래져있고 오가는 무리는 어느 별나라에서 왔는지 문드러진 웃음없는 얼굴뿐이다 왜 세상은 이렇게보일까 이 세상을 행복한 마음으로 보고 싶다 찬란한 아침의 태양이 솟아나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을 안경을 벗지 말고 아침저녁 웃고 있는 이웃들 아이와 어른들의 주고받는 축복된 언어의 세상 너,나 서로 사랑하는 행복한 세상을 보고 싶다 - 박동수 님

산골무꽃

산골무꽃 산골무꽃 :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 숲속에서 자란다. 키는 15~30cm 정도 자라고 ,꽃은 5~6월에 연한 자줏빛으로 핀다. ​ 산골무꽃​ 꽃 이름 하나 알 때마다 숲에 한 뼘씩 가까워지고 나무 이름 하나 알 때마다 내 몸에 든 초록물이 짙어진다 얼마나 더 많은 꽃들을 알아야 내 마음이 향기로울까 얼마나 더 많은 나무를 알아야 누구나 편히 쉬어갈 초록 그늘이 될까 아직은 멀었다는 듯 새로 알게 된 산골무꽃 살랑살랑 고개를 가로 젓는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발톱이 빠졌다

발톱이 빠졌다 내 것이 아니라서 내 것인 것 같은, 착각이 몸을 쑥 빠져나갈 때가 있다 각질과 피부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 통증은 어느 지점에서 악, 비명을 질렀나 무늬만 살아있는 시간을 만지며 죽은 것이 산 것을 살린다는 말을 떠올린다 욱신거렸던 날들도 잊은 반응 없는 발에 반창고를 갈아붙이며 언제쯤 무감각이 반응을 보일까 확신은 초승으로도 뜨지 않아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인 것처럼 믿은 것들 내 것인 양 위선을 붙이고 껴입고 아슬아슬 건너가는 생각에 발톱이 빠져 저기 웃으며 다가오는 키 큰 골목을 내 편이라 믿어도 될까 발톱 밑에 낀 때만큼도 돌아보지 못한 어제가 감각이 없어 무감각 속으로 뺑소니친 죽은 기억들 - 최연수, 시 '발톱이 빠졌다' 내 몸에, 내 맘에 들러붙었던 것들이 별안간 나를 빠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