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하청 그때와 지금을 오가는 날짜가 실통에서 실통으로 풀린다 오래된 밑단을 뜯어야하는 내가 오후를 재는 동안 시접을 늘릴 일 없다던 먼 네가 안경을 고쳐 쓴다 흐린 날들을 꿰매면 먹구름이 되고 후드득 쏟아진 바늘에 유행의 지형이 바뀐다 몰려든 하청이 특수를 향하면 추억의 앞뒤를 맞..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10.05
서럽게 보내는 꽃무릇 길 절실하게 열리는 가을 길에서 허튼 생각으로 찬찬히 보지 못하고 길 위에 몸을 던지는 빛바랜 낙엽의 울음을 듣는다. 배불리 채우지 못해 어쩌다 가벼운 것들은 제 한 몸 가누지 못해 호명되지 못하고 바람의 뒤를 따라 또르르 굴러간다, 굴러가며 옷소매 부여잡은 유혹에 한눈을 팔기도 ..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10.05
풋 풋, 이란 말 좋아 풋, 웃는다는 건 참았던 웃음소리 같고 내 얘길 계속 듣고 있었다는 거 풋콩 풋머루 풋자두 풋복숭아는 당장 먹을 수 없어 침이 고여 익을 시간이 남아있다는 건 좋아 익어버렸다는 건 계속 볼 수 없단 얘기니까 입술이 귀엽게 작아지는 풋풋하다라는 말 물기 머금은 애..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10.03
10월입니다 가을에는 조화가 있고 가을 하늘에는 광채가 있다. 이는 여름 내내 듣거나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그럴 수 없는 것처럼, 마치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 퍼시 셸리 (영국 시인. 1792~1822) 10월입니다. 조화가 있고 광채가 있는 계절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마음먹은 것에 대한 결실을 담..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10.01
너를 제출하다 두 세트 가로수 멀리 소실점을 당겨오듯 그때를 불러온다 벗어놓은 걸음만큼, 펼쳐놓은 오전만큼 가까이 그날을 밑그린 뭉툭해진 봉우리 끝을 잡아당기면 네가 한방향으로 풀려나온다 덧칠한 기분이 한쪽으로 쏠리고 여백을 메우지 못한 초조와 남아도는 여유 사이, 내가 만든 그림자 ..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10.01
우리의 마음속에 초록의 꿈을 키우는 아름다운 산천에 바람이 지나 가야 할 곳이 있듯이 우리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사랑이 지나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강으로 이여 지는 계곡에 부드러운 물이 지나 가야 할 곳이 있듯이 우리의 협소한 마음속에 부드러운 이해가 지나 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10.01
이파리내시경 키 낮은 그늘에서 올려다보면 바람의 각도를 고루 뒤집는 이파리들 한쪽 눈을 감은 내가 이파리 구멍을 통해 저쪽을 살핀다 예민한 햇살은 내내 스위치를 끄지 않고 붉어진 표정이 참았다가 토해내는 한 줄 호흡에 울컥 역류하는 물관 구월의 신트림이 메스껍다 눈치 빠른 저쪽도 눈을 ..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09.22
구름의 동행 화창한 날에 구름은 앞 산에서 소떼를 그리고 있다 마음이 구부러진 사람이 마음을 바로 펴는 데는 수만 번의 따뜻한 표정이 필요할 거라고 평화롭게 노는 소떼들을 아랫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진리를 말하기 전에 그대가 진리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말하기 전에 나도 먼..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09.22
꽃범의꼬리 꽃범의꼬리 : 꿀풀과에 속하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피소스테기아라고도 한다. 키는 60∼120cm 이며 꽃은 7∼9월에 홍색,보라,흰색 등으로 핀다. 화단과 절화용으로 심는다. 꽃범의 꼬리 햇빛 좋은 가을날 꽃밭에 나앉아 환한 꽃무리를 본다 벌 한마리 꽃범의꼬리 연분홍 꽃속으로 슬며시 ..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09.19
슬며시 물러나는 까마귀 우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광선이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클로즈업되었던 고통이 슬며시 주위의 풍경 속으로 물러난다. - 아베 코보, 소설 '모래의 여자' 중에서 일에 몰두하거나 풍경에 동화되었을 때 그동안 골몰했던 걱정이나 고통이 슬며시 뒷전으로 물러나면서 정..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2018.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