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43

복사꽃

복사꽃 복사꽃 : 복사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으로 복숭아나무라고도 한다. 키는 6m 정도로 크고 꽃은 연한 홍색으로 4∼5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열매는 핵과로서 8∼9월에 익는다. ​ 복사꽃​ 바람이 말을 걸어도 나그네가 눈길만 주어도 너도나도 꽃폭죽 팡팡 터뜨리는 봄의 오후엔 만개한 복사꽃 그늘 아래 까무룩 잠들고 싶다 이승의 고단 한 짐 슬며시 내려놓고 도깨비도 홀린만큼 저 곱디고운 복사꽃 그 색(色)에 취해 잠들고 싶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검은 입

검은 입 한때 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다른 것에 비하면 말이 그나마 공평하게 존재할 거라는 쪽으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쩌면 말이란 공평에서 거리가 가장 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말의 권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말에는 권력이 숨어 있으며 그런 이유로 지배와 복종의 구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고지숙, 수필 '검은 입' 중에서 말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도 나의 입장에서 내 식으로 받아들인 까닭일지도 모릅니다. 객관적 입장보다는 주관적 입장에 가까워질 때 말은 이미 공평함에서 멀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말 같은 말, 말 같지 않은 말, 말하고 싶지 않은 말, 차마 말 못한 말..

길마가지나무 꽃

길마가지나무 꽃 길마가지나무 : 인동과의 낙엽관목으로 3m 정도로 자라고 잎은 마주나고, 꽃은 4월에 잎과 함께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아래를 향해 달린다. 꽃밥은 노란 색이다.​ 길마가지나무 꽃 고갯마루 올라설 때 향기로 나를 손짓하던 길마가지나무 꽃 꽃 진 뒤에 열리는 열매의 모양이 소잔등에 얹던 길마를 닮아 이름을 얻은 꽃이라서일까 고요히 눈 감고 그 향기에 귀 기울이니 달구지 끌고 힘겹게 고개를 넘던 늙은 암소의 가쁜 숨결이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른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파도

파도 파도도 꽃이라면 꽃이다 흰 물보라를 게거품처럼 물고 절벽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이미 제 몸에 불이 붙어 무엇이라도 태워버리겠다는 자세다 절벽은 파도의 아픈 비명을 껴안고 허공에 가지가지 파도의 꽃을 피운다 꽃의 줄기가 따로 없다 허공이 다 꽃의 줄기다 때문에 씨앗도 허공에 뿌린다 절벽에 앉아 쉬던 갈매기가 꽃의 씨앗을 물고 날아가 앉으니 온 바다가 너울너울 꽃밭이다 - 임영석, 시 '파도' 꽃 아닌 게 없습니다. 세상이 다 꽃이라고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향기는, 달콤한 것만이 아니어서 삶의 단내, 쓴내 모두 될 수 있는 것. 이해하고 포용하는 아름다운 눈만이 보는 아름다움입니다.

행복의 99%는 관계

행복의 99%는 관계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 만족하여 즐겁고 흐뭇하게 느끼는 감정이나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즐겁고, 만족스럽고, 흐뭇하고,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을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무엇이 행복을 결정하는가?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로버드 월딩어는 “관계(Relationship)가 인생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75년간의 연구에서 얻은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바로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중에서 만약 우리가 평소 생활에서 기쁨이나 즐거움을 느끼고, 또 지극히 복이 많다고 느끼거나,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행복의 99%는 관계인 것이지..

다듬이질

다듬이질 달빛 고운 정월에 저녁 물리고 핏줄 섞이지 않은 두 여인이 홍두깨 들고 마주 앉으니 말 없는 긴장에 호롱불 파르르 떨고 차디찬 청석 위 겨우내 얼룩진 홑청이 맷집으로 놓였다 시어머니 시작으로 새댁도 뒤따라 응어리진 설움 어금니 물고 두드리니 눈물 맺히고 거침없이 풀어내는 휘모리장단은 뒷산 소나무 흔들어 미움을 사랑으로 변화 시켜 잦아든다 숨죽이며 눈치 보던 아이들 엇박자 없는 생생한 가락에 곤히 잠들고 창호에 어린 고부(姑婦) 그림자는 한 폭 수묵화 되어 가문의 유산이 된다. - 정채균 님

괭이눈

괭이눈 괭이눈 :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씨앗 모양이 고양이의 눈을 닮아 '괭이눈'이라 불린다. 꽃이 필 때 꽃 주변의 잎들이 노랗게 변해서 햇볕을 받으면 황금과도 같은 빛을 발하지만 번식이 끝나고 나면 잎은 원래의 색을 찾는다. ​ 괭이눈 ​숲길을 걷다가 금빛으로 빛나는 괭이눈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나를 응시하는 괭이눈 앞에 나도 모르게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꺾는 것은 그저 치욕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무릎 꿇고도 가슴 벅찰 수가 있다니! 괭이눈이 실눈을 뜨고 부처님의 미소를 머금고 나를 바라본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목련

목련 허공의 심장에 나를 벼른 칼끝을 꽂았다 다가올수록 더 세게 밀어 넣던 어느 날 푸욱 밀려 들어가는 텅 빈 당신 아픈 칼이 핀다 발밑에 구겨진 당신이 흙색으로 쓰러져 있다 - 손석호, 시 '목련' 칼끝 같은 3월의 봉오리가 허공으로 쑤욱, 삼월이 막바지로 달려가면 흙빛의 꽃잎이 나뒹굴겠지요. 그러나 봄의 최후를 서둘러 예상하기보다는 지금의 황홀을 누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