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43

빈 그릇 채우기

빈 그릇 채우기 빈 그릇은 비어 있으므로 배가 고프다 어떤 양심을 채워야 든든한 하루를 지탱할 것인가 삶의 끝자락에 앉아 쥐고 갈 것보다 버리고 갈 것이 더 많음을 알아야 하는 어수선한 세상에서, 살아있는 날 까지 인생의 지위를 움켜쥐고 바둥거리는 우리, 욕심을 희생하고 가진 것을 양보한다면 내가 위대해지는 순간을 안다고 했는데, 인생은 희망이 아니라 임무임을 안다는 것은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허무를 깨닫는 지혜인것을, 모든 슬픔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빈 그릇 채우는 일은 나를 배부르게 채우는 것. - 박종영 님

제주백서향

제주백서향 제주백서향 : 팥꽃나무과의 늘푸른 떨기나무로 잎은 어긋나고 꽃은 2~4월에 핀다. 꽃에서 매우 좋은 향기가 나서 천리향으로도 불린다. ​ 제주백서향​ 제주 곶자왈에서 꽃보다 먼저 향기로 말을 거는 꽃을 만났다 어디선가 원시의 북소리 둥둥둥 들려올 것만 같은 그늘진 숲속 함초롬히 피어 있던 제주백서향 사람의 발길 닿지 않은 곶자왈의 빈 틈을 가만가만 향기로 메우고 있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강 건너 빈 밭에 떨어지는 비

강 건너 빈 밭에 떨어지는 비 강 건너 빈 밭에 내리는 비가 산 아래 잠시 쉬고 있는 듯 자리 잡은 작은 집 창 옆까지 와서 저쪽 비 내리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소나무들은 어깨를 다 드러내놓고 창가에서 비를 맞고 있다. 계속 해서 비는 내리고 솔잎에서 털려 나오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봄비는 솔잎 어디에 숨겨놓은 비밀이 있는 것처럼 자꾸 솔가지를 흔들어 털고 있다. 비는 또 강가로 내려가서 녹지 않은 강 위로 쏟아지고 있다. 누구 하나 혼자 욕심내지 않고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나누어 쓰고 있는데 혹시 누가 숨겨 놓은 것을 몇 사람만 함께 쓰고 있는지 그것이 두껍게 언 강물 밑에서 아깝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번에는 언 얼음이 깨져라 하고 쏟아 붓고 있다. - 송성헌 님

제비꽃

제비꽃 제비꽃 : 제비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에서 자란다. 키는 10~18㎝이며,잎은 난형 심장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표면은 윤기가 있다. 꽃은 4~6월에 보라색으로 피는데 줄기 끝의 두터운 잎 사이로 2~3송이가 달린다. 어린 잎은 식용으로 쓰인다. ​ 제비꽃 먼지바람 부는 봄들판에 제비꽃 한송이 피었습니다 얼마나 그리움을 참으면 저토록 고운 보랏빛 꽃이 될까 꽃이 되어서도 하늘을 우러르지 못하고 제 발등만 아프게 바라보는 꽃 제비꽃 옆에 가만히 쪼그려 앉아 꽃이 되지 못한 어설픈 내 사랑을 생각했습니다 푸른 멍자국 하나 없이 아프다 아프다 엄살만 피워댄 허풍 많은 내 그리움을 반성했습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입춘

입춘 함박눈 내려 하나의 색으로 세상이 수런거리자 밤을 낮 삼아 색깔을 구하려 동분서주하는 봄, 남녘에서 북상하는 저 빚쟁이 같은 봄을 내 안에 들이면 우울의 살갗에 잠든 나비 떼 겹겹이 외출을 시도할까 아지랑이 같은 생(生)을 채집할 수 있을까 함박눈 소담한 물의 소리에 두 귀를 담가 볍씨 같은 울음 틔울 수 있을까 밖에서 나를 찾아 나, 여태 살아 있는 빛깔을 보지 못하였네 - 김정수, 시 '입춘' 바람은 좀 있지만 햇살은 봄입니다. 햇살 아래 서성이는 마음이 벌써 먼 곳으로 외출을 합니다. 살아있는 빛깔을 만나고 싶은 이른 봄입니다.

삶의 촉매제

삶의 촉매제 확실히 여행은 단순한 관광 이상이다. 여행은 삶에 관한 상념들에 계속해서 일어나는 깊고, 영구적인 변화이다. - 미리엄 비어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라 일컬어지는 '길가메시' 서사시도, '오디세이'도, '서유기'도 결국 고향을 떠나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길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길을 나선 것일까?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도 목적이 있지만 다른 또 하나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이다. 여행은 여유 있는 사람이 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해 주는 '삶의 촉매제'를 얻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중에서

봄이 부르는 소리

봄이 부르는 소리 가끔 눈이 내리고 또 자주 바람이 불고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들처럼 이리 저리 휩쓸리지만 아침에 창가에 햇빛이 조금씩 좀 더 빠르게 비추듯 겨울 내 밖에 서있는 나무들이 수액을 점점 높이 가지 끝으로 올려 보내듯 고단한 겨우살이 가운데 저 앞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 맑은 햇살이 미리 언 땅에 길을 만들고 흐르는 냇물에 경쾌하고 반짝이는 다리도 놓으며 봄을 기다리라고 노래한다 - 백원순 님

캄파눌라

캄파눌라 캄파눌라-종꽃(Campanula) : 초롱꽃과의 다년초로 5~6월에 핀다. 꽃의 여신 플로라가 캄파눌라의 죽음을 가엾이 여겨 그녀를 은색의 아름다운 초롱꽃으로 만들어 종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며 꽃말은 '감사의 마음'과 '따뜻한 사랑'이다. ​ 캄파눌라​ 눈길 가는 곳에 마음이 머물고 ​ 마음이 머무는 곳에 사랑이 꽃 핀다 ​ 친구의 페북에서 캄파눌라 꽃을 보고​ 고향집 뜨락에 피던 초롱꽃을 떠올린다​ 어머니 생전에 아끼시던 꽃밭 위로 나비가 날고 ​ 봄볕 아래 어머니와 꽃을 보던 달큰한 봄날을 추억한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순서를 알고 공들인 일

순서를 알고 공들인 일 국도國道는 직접 걸어가는가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그 위를 날아가는가에 따라 다른 위력을 보여준다. 텍스트 역시 그것을 읽는지 아니면 베껴 쓰는지에 따라 그 위력이 다르게 나타난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은 자연풍경 사이로 길이 어떻게 뚫려있는지를 볼 뿐이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그 길의 영향력을 경험한다. -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중에서 모든 일이 그럴 것 같습니다. 쓰윽 대충 훑는 것과 꼼꼼히 다져 읽는 것이 다르듯 순서를 알고 공들인 일과 거저 듣거나 지나친 일은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일의 영향력은 나의 성실한 노동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