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43

상고대 눈물꽃

상고대 눈물꽃 쉬어 넘는 백두대간 태백산정 천 길 구름길따라 밤새 이슬되어 구슬프게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구나. 순백의 요정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껴안고 두리둥실 어깨춤을 추다가 완숙한 몸체로 뒤엉켜 붙었어라. 천국에서 만나야, 천상에서 만나랴 그리워 못잊어 입맞춤을 오래하는듯 설빙 빚은 무아지경 황홀경아. 햇살 머금은 달빛도 봄시샘을 저으기 해본들 영원히 그대로 멈추어다오 상고대 눈물꽃 - 문태성 님

흰노루귀꽃

흰노루귀꽃 노루귀꽃 :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산지에서 자란다. 키는 9~14㎝이고, 잎은 솜털이 많이 나있다. 이른 봄에 흰색, 분홍색, 청색의꽃이 피는데 꽃줄기 위로 한 송이가 달리고 지름은 약 1.5㎝ 정도이다. 열매는 6월에 달린다. 꽃이 피고 나면 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노루귀란 이름을 얻었다. ​ 흰 노루귀꽃​ 아직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꽃샘바람이 맵기만 한 이른 봄​ 솜털 보송한 여린 꽃대 위에 하늘 받쳐든 흰 노루귀꽃 어쩌자고 저 여린 것이 찬바람과 맞서며 안간힘을 쓰는가 싶어 공연히 짠해져서 바라보다가​ 이제 봄이라고 노루귀 꽃 핀 소식 전하려 바삐 마을로 내려가는 물소리에 흐려진 눈을 씻는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빈손

빈손 늘 연필을 들고 있었던 오른손. 오늘 내려놓으니, 허공이 와서 손금을 슬며시 들고 있다. 빈손도 손. 겨우내 장갑을 끼고 있었던 왼손. 봄이 와서 장갑을 벗으니, 아지랑이 와서 따습게 잡고 있다. 빈손도 손. - 최동문, 시 '빈손' 가득 쥐고 있는 손금 사이로 봄이 흐릅니다. 공기와 햇살이 다디답니다. 빈손이지만 빈손이 아닌 손. 오늘은 어떤 감정을 거머쥐게 될까요.

최선의, 최선밖에

최선의, 최선밖에 마치 내일 죽을 것처럼 살되 영원히 살아갈 것처럼 배우라. - 간디 마치 오늘밖에 시간이 없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배우고 행동하라는 말씀입니다.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는 긴 시간이 아니고 절박한 듯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 그러나 배울 것은 영원히 살아갈 것처럼 적극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 최선의, 최선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듯합니다.

연리지(連理枝) 사랑

연리지(連理枝) 사랑 해가지고 달이 뜨고 하늘은 땅을 품어 미래의 문을 열고 만물은 대륙의 품에 안겨 방긋방긋 봄이 돋아난다 흔들리며 피어나서 눈물 없이 사는 삶 어디 있겠냐마는 가뿐숨을 몰아쉬며 쓰러지지 않으려고 외로운 나무가 나무에게 기대어 위로받는다 시달켜서 상처난 영혼을 서로 보듬고 고통을 나누며 단단하고 강해져서 대지 깊숙히 내린 뿌리 태양이 뜨는 아침 하늘 우러러 내일이 있어 중심잡고 일어선다 들끓어 올랐던 젊은 날의 열정다해 일생을 정직하게 나무로 살아오면서 세상바람이 흔들면 흔들리는 대로 모든 허세와 집착을 털어버려도 뿌리는 결코 흔들림없이 님의 수액과 체온으로 내가 살고 나의 수액과 체온으로 님이 살아 빛이고 희망되어 함께 손잡고 산넘고 강 건너 영원으로 가는 길 노을이 곱다 서로가, 서..

너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너도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개울가 산그늘에 자생한다. 이른 봄 포엽 가운데에서 길이 1cm 정도의 꽃대가 나와 그 끝에 흰색 꽃이 한송이씩 달린다. 꽃의 지름은 2cm 정도이고 꽃받침 조각은 5개이며 달걀 모양이다. 꽃잎은 2개로 갈라진 노란색 꿀샘으로 되어 있고 수술이 많다. ​ 너도바람꽃 ​ 맵찬 북풍에도 겨우내 꿈쩍 않던 얼음이 햇살의 간질임에 스스로 몸을 풀고 물소리도 명랑하게 산을 내려가는 세정사 계곡에서 나는 보았네 ​ 꽃을 찾아 바쁘게 눈길 발길 옮기다가 제풀에 지쳐 다리쉼을 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흰 꽃 한 송이 햇빛과 연애한 바람이 남몰래 피워낸 너도바람꽃을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봄이 오는 마당에서

봄이 오는 마당에서 벌써 바람결이 다르다. 코끝에 달라붙는 느낌이 가볍다. 미세먼지 때문에 겨우내 닫아 놓았던 창문을 활짝 연다. 딱히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답답한 공기를 바꿔놓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눈 비비고 마당을 내려다본다. 새들이 목축이고 목욕까지 하느라 분주하다. 날이 풀리니 다른 먹잇감을 찾았는지, 문지방 닳도록 드나들던 숫자는 부쩍 줄었지만 여전히 마당은 새 사랑방이다. 포르르 총총 새들의 날갯짓이나 걸음걸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 심명옥, 수필 '봄이 오는 마당에서' 중에서 창문을 열어놓아도 찬기가 없습니다. 묵은 기분을 걷어냅니다. 답답한 마음도 날려보냅니다. 이 상큼함으로 다시 시작입니다.

다시 돌아올 희망을 안고

다시 돌아올 희망을 안고 삶에는 열리고 닫히는 수많은 문들이 있다. 어떤 문들은 조금 열어둔 채 떠난다. 다시 돌아올 희망을 안고. - 헬렌 니어링 내가 관여해서 지속되는 일이 있고 나와는 상관없이 닫혀버린 일들이 있습니다. 여지를 남겨둔다는 것, 기회나 가망성이 있다는 것은 작은 구멍 같은 것이어도 희망으로 남아 나를 당기곤 합니다. 그것을 향하며 한 걸음씩 나가는 삶입니다.

직선 그리고 곡선

직선 그리고 곡선 직선과 곡선은 무슨 이념이거나 슬로건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사이다. 디지털에 목매달지 않아도, 아날로그의 향수에 빠지지 않아도 살아가고,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된 디지로그로 생활하고 있듯이, 묻고 싶은 것은 경영학이나 정치학처럼 '그러니까'하는 사회과학적 시각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인문학적 사유방식도 외면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 신창선, 수필 '직선 그리고 곡선' 중에서 직선으로 직진하는 일상과 때로 우회하는 곡선의 삶이 공존합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것이 적절한가를 적용하는 지혜로운 삶의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