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43

활짝 웃어야겠습니다

활짝 웃어야겠습니다 웃지 않는 청년은 야만인이요 웃지 않는 노인은 바보다. - 조지 산타야나 왜 그리 심각하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웃고 넘겨도 되는데 서로 으르렁거리며 화를 돋웁니다. 상대를 화나게 할 목적으로 사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야만인도 바보도 싫다면, 활짝 웃어야겠습니다. 웃으면, 용서도 되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모란(牡丹) 이불집

모란(牡丹) 이불집 침침한 눈 크게 뜨고 무딘 손으로 실타래 풀어 헤진 가슴 바느질하던 평양댁 대물림했지만 여전히 엉킨 매듭 돋보기 쓰고서도 옥죄고 있다 소문난 솜씨에 단골 붐벼 북녘 향한 소원 부풀었는데 중앙시장 혼수 거리 썰물 되고 배다리 지나는 인천행 막차는 한 많은 대동강 노래한다 함석문 닫고 전등불 끄니 고단한 인생길 아랫목 파고든다. - 정채균 님

페투니아

페투니아 ​ 페투니아 : 아르젠티나 원산으로 원래 다년생이나 국내에서는 노지월동이 불가능해 일년초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심는 화단용 화초로서 꽃의 형태가 나팔꽃과 같은 통꽃으로 가을에 파종하여 온실이나 실내에서 월동시키면 4~8월까지, 봄에 심으면 6~10월까지 계속 꽃을 볼 수 있다. ​ 우이천의 페투니아​ 마스크 꼭꼭 눌러 쓰고 병원에 왔다가 모시고 온 팔순의 숙모님 진찰 받는 동안 슬며시 병원을 빠져나와 답답한 숨 좀 돌릴까 하여 마스크 벗고 우이천변을 걸었다 코로나에 지레 겁 먹은 병원 분위기와는 달리 천천히 산책로를 걷는 사람도 물 위를 떠다니는 오리떼도 한가롭기만 하다 아직은 견딜만 하다고 곧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난간에 걸린 화분 속 페투니아 꽃들이 나를 격려하..

모과에 대한 단상

모과에 대한 단상 방 한 모퉁이 책상 위엔 한 열흘 전쯤 고향 집에서 주워 온 모과 한 개 뎅그러니 놓여 있다 낯설이 해서 그런지 얼굴색이 노래지고 주근깨 같은 까만 점도 후벼 파주고 싶을 만큼 생겼다 그 단새 구멍 두어 군데 숭숭 나 있는 흠집 나의 귀지 같은 더께 덕지덕지 앉은 구멍 속 한참 들여다본다 흠집은 암갈색으로 점점이 번지는 중이다 더군다나 몸통은 누군가 밀가루 반죽 짓이겨놓은 듯 울퉁불퉁하다 과일 망신 다 시킨다는 그 모과 온몸 쥐어짠 기름 반들반들 내뿜으며 웅숭깊은 향 풍긴다 아, 저 향수 속에서 나를 찾아 나서면 언제쯤 그곳에 가닿을 수 있을까 못생긴 인형처럼 앙증맞은 한 개구쟁이가 내 맘을 온통 다 파먹어 들고 있다 - 김욱진, 시 '모과에 대한 단상' 은은한 향을 맡아본다면, 그 매..

흔적

흔적 슬픔을 탈탈 털어 햇빛에 말려도 뽀송뽀송해지지 않던 날들 그리운 얼굴은 어디로 갔을까 생각할 때마다 푸른 물방울무늬를 하나씩 허공에 그렸어요 언니의 손을 놓치고 낯선 아저씨가 내민 손에 울음을 내려놓으며, 마취도 없이 의사의 수술칼이 내 귀를 건드린 후 이겨내지 못할 아픔도 있다는 걸 일찍 배워버린 곳 오래도록 내 몸에 머물렀던 불운마저 친구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낯설어진 이름들이 가끔은 가족이라는 얼굴로 다시 모이기도 했지만 어디론가 숨어버린 오빠의 이름은 꺼내서는 안 되는 비밀이어서 봄날 대나무 숲에는 새소리 대신 독 품은 뱀들만 알을 낳아 제 식구를 늘려가곤 했습니다 잠시 눈물을 닦기도 했던, 나는 어디쯤에서 사라진 얼굴일까요 푸른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은 계집애 은목서꽃 향기 날리는..

과거는 경험이자 추억으로 남아서

과거는 경험이자 추억으로 남아서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 세익스피어 그때 그 시절의 단편들은 때로는 묻어두거나 혼자 음미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다 들춰내 햇빛을 쏘이면 오히려 흠이 되고 말 많음이 되고 부질없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연결되는 과거는 경험이자 추억으로 남아서 앞으로 더욱 잘 나아가게 하는 밑거름이 되어야 합니다.

고추잠자리

고추잠자리 붉은 꽃신 신고 날아와 섬돌 밑에 날게 접고 아른거린다 낮게 나면서 새색시 속치마 기웃거리는 저, 야릇한 웃음기 가을을 훔친다 메밀꽃이 지고 달빛 이슬에 박꽃이 서럽게 피어나고 이슬로 내리는 눈물이 슬픈 여인의 속살처럼 쓰적쓰적 흘러내리면 소슬한 바람 안고 청하는 잠이 곤고한 초가을 오후 꼭 이맘때 찾아오는 고추잠자리 한 무리 차르락 거리며 초록 단풍잎 물고 하늘을 나른다 - 박종영 님

배풍등

배풍등 ​ 배풍등 : 가지과에 속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고 줄기는 3m정도로 자라고 밑부분만 겨울을 난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피고 열매는 장과로 둥글고 붉다. 배풍등(排風藤)이라는 이름은 풍(바람)을 막아주는 덩굴이란 뜻이다. 꽃말은 '참을 수 없어'이다. ​ 배풍등 배풍등 작은 흰 꽃에 이끌려 무심코 다가갔다가 푸른 넝쿨 사이로 빨간 열매를 보았다 보기엔 꽃보다 고와 보여도 독이 든 열매는 직박구리도 술 취한듯 소리 높여 노래 부르게 만든다는데 나도 저 붉은 열매 하나 따 먹으면 온갖 시름 다 잊고 노래 한 자락 부를 수 있을까 꽃보다 열매에 자꾸만 눈길이 가던 어느 가을날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자만심에 대하여

자만심에 대하여 자만심은 인간이 갖고 태어난 병이다. - 몽테뉴 자만심이 과거를 중시한다면, 자신감은 현재를 중시합니다. 예전의 나에 대한 평가가 현재도 그럴 수 있다는 나의 후한 평가가 착각을 부를 수 있습니다. 그 자만심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를 꼽는다면 타인을 내 아래로 본다는 겁니다 남의 노력을 별것 아니라고 치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자만입니다. 자신감은 나를 긍정으로 데려가 능력을 높이는 반면 자만심은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