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에 대한 단상
모과에 대한 단상 방 한 모퉁이 책상 위엔 한 열흘 전쯤 고향 집에서 주워 온 모과 한 개 뎅그러니 놓여 있다 낯설이 해서 그런지 얼굴색이 노래지고 주근깨 같은 까만 점도 후벼 파주고 싶을 만큼 생겼다 그 단새 구멍 두어 군데 숭숭 나 있는 흠집 나의 귀지 같은 더께 덕지덕지 앉은 구멍 속 한참 들여다본다 흠집은 암갈색으로 점점이 번지는 중이다 더군다나 몸통은 누군가 밀가루 반죽 짓이겨놓은 듯 울퉁불퉁하다 과일 망신 다 시킨다는 그 모과 온몸 쥐어짠 기름 반들반들 내뿜으며 웅숭깊은 향 풍긴다 아, 저 향수 속에서 나를 찾아 나서면 언제쯤 그곳에 가닿을 수 있을까 못생긴 인형처럼 앙증맞은 한 개구쟁이가 내 맘을 온통 다 파먹어 들고 있다 - 김욱진, 시 '모과에 대한 단상' 은은한 향을 맡아본다면, 그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