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43

비비추

비비추 ​ 비비추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냇가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전세계적으로 2,500여종이 있다. 높이 30∼40cm 정도로 잎은 모두 뿌리에서 돋아서 비스듬히 자란다. 꽃은 연한 자줏빛으로 7∼8월에 피고 화관은 끝이 6개로 갈라져 약간 뒤로 젖혀진다. 비비추 아파트 화단에 비를 맞고 있는 비비추꽃을 본다 비비추! 하고 이름 부르면 새 소리로 화답할 것 같은 보랏빛 비비추 궂은 장맛비에도 조금도 기 죽지 않고 힘차게 나팔을 불어대며 주저앉는 내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수첩이 맛있다

수첩이 맛있다 파랄수록 아껴 먹었다 실천만이 진정한 약속이라고 망고 얼룩이 갈색 반점을 둥글게 그려나갔다 익지 않은 말이 시간의 눈썹을 지나 그늘의 소유자가 되었다 구속당하지 않으려고 식은 열이 오른다 한쪽 넘길 때 그 안에 웅크리고 있던 옹이가 떠다니는 숨을 당긴다 숙성된다는 건 목젖에 걸려있는 말꼬리에 먼지를 닦는 일이다 봉인되지 못한 여백의 청가시를 꺼내 접시를 닦고 너를 돋우는 따끈한 소반 정갈하게 차리고 싶어 주어진 재료로 무엇을 만들지 까칠한 입맛까지 부르면 아침햇살에 기억의 거미줄을 걷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그 순간들 창고 속 단감상자 위에서 신메뉴를 출시 중이다 기호와 암호를 푼 요리는 담백하지만 굴릴수록 혀에서 꼭대기로 천천히 고솜고솜 올라온다 - 오현정, 시 '수첩이 맛있다' 일기를 쓰..

어디까지 보여주는가

어디까지 보여주는가 먼저 핀 꽃은 먼저 진다. 조급히 서둘 것이 아니다. - 채근담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떡잎부터 다른 이들은 일찌감치 피어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화려하게 주목을 받지 못해도 뒤늦게 피어 눈을 끄는 이들도 있습니다. 길게 오래 가는 이들은 오래 자신을 가꾸고 다듬은 이들입니다. 재능을 남들이 알아봐 주지 못했지만 자신의 장점을 뒤늦게 발견, 꾸준히 끌고 간 이들입니다. 어느 길이든 자신의 선택이며 어디까지 보여주는가도 모두 자신의 길입니다. 여주는가

어디까지 보여주는가

어디까지 보여주는가 먼저 핀 꽃은 먼저 진다. 조급히 서둘 것이 아니다. - 채근담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떡잎부터 다른 이들은 일찌감치 피어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화려하게 주목을 받지 못해도 뒤늦게 피어 눈을 끄는 이들도 있습니다. 길게 오래 가는 이들은 오래 자신을 가꾸고 다듬은 이들입니다. 재능을 남들이 알아봐 주지 못했지만 자신의 장점을 뒤늦게 발견, 꾸준히 끌고 간 이들입니다. 어느 길이든 자신의 선택이며 어디까지 보여주는가도 모두 자신의 길입니다. 여주는가

어느 날

어느 날 생각 없이 달력을 보다가 아득하니 마음이 떨어질 때 무엇을 하며 여기까지 왔을까 기억에 모두 담아두지 못한 날들을 더듬어 보며 다시 한 번 큰 숫자를 꼽아보고 아직도 설익어 텁텁한 부끄러운 내 삶의 열매를 봅니다. 살아가는 일 보다 살아있음으로 충분히 세상에 고마운 웃음 나눠야 하는데 그 쉬운 즐거움을 아낀 좁은 마음이 얼마나 못난 것인가 이제야 알았습니다. 비바람도, 눈보라도 그대로 소중한 것을 - 선미숙 님

맥문동 꽃

맥문동 꽃 ​ 맥문동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그늘에서 잘 자란다. 맥문동이란 이름은 뿌리의 생김새에서 따온 것으로 뿌리는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 꽃은 자주색으로 5월~8월 사이에 피고 수상꽃차례로 마디에 3~5개씩 달려 핀다. ​ 맥문동 꽃 초등학교 담장 아래 무리 지어 핀 보랏빛 꽃무리 저 맥문동 꽃을 보면 그리움이 왜 보랏빛인 줄 알것도 같다 그늘 속에 숨어 피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는 은은한 보랏빛 그대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먼저 뜨거워지는 내 그리움도 보랏빛이었으면 정녕 그러했으면 글.사진 - 백승훈 시인

꿈꾸는 보라

꿈꾸는 보라 보라색은 아리송한 색이다. 과꽃의 천진함과 구절초의 애련함, 아이리스의 화사함과 도라지꽃의 외로움이 절묘하게 뒤섞인, 불분명한 정체성이 정체성인 색이다. 지적인가 하면 충동적이고, 그윽한가 싶으면 관능적이어서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모순을 껴안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서성거리는 여자. 누구와도 화친하나 누구와도 진정 동화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복합성향의 여자. 그 여자의 난해한 눈빛 같은 색이다. - 최민자, 수필 '꿈꾸는 보라' 중에서 보라계통 옷을 즐겨 입은 때가 있습니다. 그 시절을 지나 문득 보라가 그리운 것은 그때의 감정과 그 시간이 그리운 것. 꿈꾸며 산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럿의 생각이 훨씬 좋을 때

여럿의 생각이 훨씬 좋을 때 물어보는 사람은 잠시 바보가 된다. 그러나 물어보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바보가 된다. - 중국 격언 물어보는 게 거북해서, 조심스러워서 피하는 일이 있지요. 그러나 미심쩍은 일은 확인해보고, 모르는 것은 나름대로 조사하고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독단의 결정보다는, 여럿의 생각이 훨씬 좋을 때가 있습니다.

떨림

떨림 탁하고 거친 소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몸과 마음이 맑고 밝고 아름다운 소리에만 반응하여 울린다면 삶이 무지개빛처럼 더 좋을 수 없을 텐데 살아가는 일이 음과 양이 있듯 불협화음적인 요소도 섞이고 폭포물이 떨어지듯 아득함 절망적이고 포기적인 절규 같은 급작스러움 음의 색채도 동반하니 더욱 더 아름답고 생기 있게 여름날 신선한 아침 바람이 나뭇잎을 지나가면서 잔잔하게 떨리는 감동 같은 거 긴 장마 뒤 푸른 산과 들판 위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마음 가는대로 온갖 상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하얀 구름의 평화로운 형상들 떨림과 무언의 울림이 많을수록 거칠고 힘든 삶의 모습도 아름다운 감동으로 나타나게 될지 모르겠다 - 백원순 님

섬말나리 꽃

섬말나리 꽃 ​ 섬말나리 : 울릉도 특산의 백합과의 다년생 구근식물로, 7~8월 노란빛이 강한 주황색 꽃을 피운다. 꽃의 안쪽에 흑자색 반점이 있으며 화피가 뒤로 말린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으며 1997년 산림청에 의해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됐다. 나리분지는 울릉도 개척 당시 이 꽃이 많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섬말나리 꽃 세상사 그리움일랑 동해 바닷물에 말갛게 헹구고 울릉도 나리분지 신령스런 흰 안개 속에 피어나 숲그늘을 환히 밝히는 꽃 원시림 어디에선가 목마른 사슴이 울고 햇빛에 놀란 흑비둘기 하늘로 날아오르면 속없이 웃다가 지는 섬말나리 꽃 죄 많은 나도 섬말나리 목숨 받아 다시 태어나면 저리 환할 수 있을까 글.사진 - 백승훈 시인